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통적으로 보게되는 것은
성실하게 과제를 해오는 습관을 가지고있고
공부에 진전이 있으며 스스로도 그것을 느끼며 즐기면서 공부하는 중에도
배우는 사람에게 어느 순간 무감각하고 회의적인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는 연습을 해도 영 나아지지않는 것 같이 느껴지고,
전에는 굉장히 즐겨했던 곡도 시쿤둥하고,
내가 이걸 해서 뭐할려고 하나....라는 회의적인 생각,
지금 이래해서 어느 세월에 다 하나....답답하고 암울한 기분에, 울화가 치밀기도 합니다.
이 상태로 레슨에 와서
이상하다고하는 학생은 최상의 다행이고
연습이 안되어서 못간다고 하고는
한동안 안보이다가 다시 나타나는 학생은 그나마 다행이지요.
좀 쉬어야될 것 같다고 사라져서는
다시 볼 수 없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첫번째로 오는 이 혼돈은 대개 만1년째에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공을 하는 학생들은 입시 때문에,
다음 학기 준비곡 때문에, 위클리곡 때문에
한달을 넘기지않고 돌아옵니다.
하기싫어도 억지로 연습을 합니다.
그래서 이 혼돈의 시간을 넘깁니다.
그리고 이 시간을 넘어서면 실력이 확 향상됩니다.
마치 대나무가 자라듯이 없던 한마디가 생기고 그 위에 쑥 큽니다.
그래서 비슷한 재능을 가지고 같은 선생님에게 배우더라도
꾸준히 3년을 공부하는 것과
1년하고 6개월 쉬고 다시 7~8개월을 하다가 2년 쯤 쉬다가 다시 돌아와 하는...3년의 공부가
매우 다르게 됩니다.
대부분의 독학자가 자신이 길들인 곡들의 연주 실력은 상당해도
생소한 스타일의 곡에선 훨씬 못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혼돈의 기간은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는 자신의 무의식 때문에 생깁니다.
앞으로 올 더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요구하는 행동을 제어하기 위하여
감각과 기분을 볼모로 해서 기존의 자기가 현재의 자기에게 벌이는 시위입니다.
피아노를 평생 치지않을 결심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 혼돈의 시기를 꼭 이겨야합니다.
능률이 오르지 않더라도 얼마간의 연습을 하면서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십시오.
피아노를 멀리 할수록 이 기간은 길어집니다.
회피하면 그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이 됩니다.
그러나 이 혼돈의 시간을 지나가면
한층 넓고 깊으면서도 정교해진 자신의 새로운 감각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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