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가 되신 분인데요.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이었습니다.
피아노를 배운지 1년이 되셨는데
피아노가 좋아서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하셨지요.
몇년이나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배워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가능하기는 한지 등에 대해 물으셨는데요.
솔직한 제 의견을 원하셔서
저는 부정적으로 대답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시기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어릴 적에 날림으로 뗀 바이엘이라도
어릴적에 건반을 만져 본 사람하고
나이들어 처음 건반을 만지는 사람과는 아주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이 노트의 앞쪽에 전공을 하고픈 만득이에게 드리는 글이 있지만,
그 대상은 어릴 적에 체르니 40번 정도는 끝내고
취미로 음악 활동을 하신 분들에 대해서 였습니다.

피아노는 스포츠에 비유하는 것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운동선수의 길도 어릴 적부터 시작됩니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 종목을 늦게 시작하면 발전에 한계가 있습니다.
캠퍼스의 농구장엔 귀재들이 하나씩 있고,
퍼펙트를 많이 내는 볼링의 멋쟁이들이 있지만,
직업선수가 되거나 코치가 되는 것은 다릅니다.


연주를 업으로 하지 않아도
교사는 시범을 보일만큼의 실기를 갖춰야 합니다.
성인 이후에 시작한 사람에게 가장 넘기힘든 한계는 스피드와 다이나믹 조절감각입니다.
불과 몇년만으로 모습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음악이 좋으시다면
음악중의 다른 파트를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비전공자가 가진 넓은 시각과 다채로운 소양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다행이 저의 우울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그 분은 더 열심히 피아노를 하시겠답니다.
전공이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씩씩하게 결정하시더군요.
용기있는 분이셨습니다.
그 분께 저의 진심어린 성원을 보냅니다.
10년뒤에 하실 연주회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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